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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고
  • 최덕열
  • 2015-04-03
  • 조회 514
  • 올해 간호대를 졸업한 딸이 아빠인 제가 원하지 않은 병원에 취업을 하였습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대학병원이나 성모병원 같은 곳이나 공공의료원 같은 장래가 보장되는 곳에 취업하기를 저는 바랐습니다.

    하지만 딸은 현재 다니게 된 병원을 가겠다고 하였고 아빠가 원하는 곳으로 가면 고생도 많이 하고 지금 근무하는 병원보다 여러 가지 조건이 좋지 않다며 현재 다니는 종합병원을 선택 하였습니다.

    물론 제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딸 안에 계시는 예수님과 일치를 하기 위해 그렇게 하도록 하였습니다.

    얼마 전 밤에 회식을 하고 있는데 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힘들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딸의 음성을 듣는 즉시 딸 안에 버림받은 예수님이 찾아 오셨음을 직감으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딸과 한참을 통화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것 봐 아빠 말 안 듣고 그 병원에 가더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번 달 생활말씀을 떠 올리며 이 순간 딸과 함께 밧줄로 꽁꽁 묶여 딸에게 다가온 십자가를 같이 짊어져야 함을 알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 딸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같은 병동에 근무하는 선배 간호사가 인간적으로 자기를 힘들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이 힘들고 환자나 보호자들이 힘들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참고 사랑으로 할 수 있겠는데 그래서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는 그리고 다른 간호사들에게는 내과병동의 복덩이라며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유독 그 선배 간호사 만 자기를 괴롭힌다며 울면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딸의 말을 들은 후에 딸의 편이 되어 온 마음 다해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분명 제게도 버림받은 예수님이 찾아오신 순간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저 또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 간호사 얼굴이라도 한 번 바라보며 눈에 힘주어 한 마디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선배 간호사 선생님 안에 계신 예수님을 사랑해 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또 먼저 병원에서 사회생활을 한 선배로써 딸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어느 직장 어느 곳을 가더라도 생길 수 있는 일이고 이런 상황이 너에게 조금은 빨리 다가 온 것 같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딸이 포콜라레 모임에서 배운 대로 살아주기를 당부했습니다.

    내일 출근하면 그 선생님을 바라보기가 조금은 두렵겠지만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기쁘게 먼저 인사하고 또 다시 어려움을 당하면 그 다음 날도 또 그렇게 해 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그 선생님을 보면 피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겠지만 너는 그 선생님을 볼 때마다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다시 또 다시 사랑하면 결국은 그 선생님도 어느 순간 너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저도 그런 순간이 다가왔을 때 버림받은 예수님으로 바라보며 사랑하기 힘든데 딸한테 그렇게 하라고 하고 있는 제 모습에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딸이 그렇게 못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고맙게도 딸은 그렇게 한번 해 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순간 사순절에 고통스러운 예수님께서 제 안에 성급하게 부활하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얼마 후 외할머니 생신 때 만난 딸의 모습은 밝아 보였습니다. 아빠가 말 해준 대로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며 그리고 자신을 힘들게 했던 선생님도 이제는 잘해준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번에 법인 대표로 일본 성지순례를 다녀오게 되었는데 여비에 보태쓰라며 용돈을 주었습니다. 이미 딸이 포콜라레 이상대로 살아 준 것만으로도 그리고 매월 첫 째 주 토요일에 있는 청주 젊은이 모임에 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기쁘고 고마운데 딸에게서 용돈까지 받고 보니 하느님께서 주시는 백배의 상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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